역사의 땅 경주 아름다운 전설과 함께하다최용주 지음 / 학연문화사
미실 역의 고현정으로 인해 선덕여왕이 극 초반부터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러나 미실의 역할이 크면 클 수록 그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덕만공주의 몫이 더 커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그 난관을 덕만공주 역의 이요원이 어떻게 소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매주 월, 화 선덕여왕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드라마는 사극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또 미실의 나이를 터무니없이 지정해 놓은 것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또 단편적인 관점과 지나치게 여성중심으로 시각을 정해놓아 남성들의 역할이 약하게 되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관점은 둘째치고 신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천년의 역사의 땅, 경주가 슬슬 궁금해졌다.
물론 초등학교 6년 내내 소풍을 가도 경주, 수학여행도 경주로 갔었던 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경주의 그 분위기는 말로 뱉어낼 수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아우라가 있어 몇번을 가도 처음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제대로 교육을 해주시는 분이 없어서 어릴 적 경주는 그저 '여행지'로만 기억이 되었다.
2년 전 서점에서 조금 두꺼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게 <역사의 땅 경주 아름다운 전설과 함께하다>였다. 그리고 이제서야 책을 읽고 리뷰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주제로 나눠진다. 글은 쓴 최용주 저자가 나눈 것이 아니라 서동훈 소설가가 나눈 것이라고 들어가는 말에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집필한 최용주 저자는 1997년 2월에 영면하였고 이 책은 2000년에 나왔던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2005년판 개정판을 2007년에 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최용주 저자의 유고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용주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평생을 경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이가 평생을 이뤄 만든 책의 다섯 주제는 첫째 아름다운 땅 경주, 둘째 경주의 가람, 셋째 경주의 탑, 넷째 경주의 능묘, 다섯째 다시 듣는 전설, 경주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신라의 건국신화인 박혁거세 신화는 우리가 아는 내용이 다가 아니다. 음력 삼월 초하루 육부의 어르신들이 모여 그들을 다스릴 지도자를 누굴 결정할지를 의논하다 양산 아래 나정 우물가에 번갯불이 닿아 비치고 있고 흰 말 한마리가 주저앉아 절하는 형식으로 있었다는데 거기에는 알이 있었고 육부의 어르신들이 그 알을 깨자 잘생긴 한 사내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의 이름을 박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박혁거세라고 부르고 나라의 지도자로 삼았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내막이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있는 지역이고 그 지역에 나정을 살펴보면 수량이 풍부하게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즉 삼월 초하루 알천 냇바닥에 모여 통솔자를 뽑자고 의논한 뒤, 물이 질펀한 버들메(양산) 아래 나정 우물에 찾아가서 희한한 일(번개불이 땅에 드리운 일)을 보고, 모두가 즐거워 하니 물 푸는 바가지는 박(朴)이요, 물을 다스릴 사람은 세상을 밝게 다스리는 이니 혁거세(赫居世)라 불렀던 것이다. 결국 이 신화는 물을 의논 좋게 고루 쓰게 되었다는 것이 들어가 있는 것인데 신화에서는 그 부분이 쏙 빠져 있었다.
분황사 모전석탑의 경우 선덕여왕이 고구려와 백제의 업신여김을 부처님의 위력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지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저 이 탑은 벽돌탑으로 이뤄진 탑일 뿐이었는데 그런 내막이 있다는 것에 다시 찬찬히 바라보게 된다.
신라에 탑이 많은 이유는 신라가 가람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가람은 절이나 불교를 말하는 것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신라의 탑들이 많은 수난을 받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제시대 일본 도굴꾼들과 그들에게서 배운 협잡꾼들이 탑에 들어있는 부처님 사리와 보석들을 빼내기 위해 탑을 해체시키고 쓰러트린 행위를 자행해 왔다. 또 일제는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약하게 하기 위해 동방동 장골의 사자사터에 있어야 하는 3층 석탑도 경주역 앞에 옮겨 놓았다.
세계 어느 민족도 아무리 침략을 하였다고 해도 남의 민족의 문화를 건들이는 야비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닌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는지 이런 괘씸한 짓을 저질렀고 우리는 그것을 저지하지 못해 오늘날까지 탑들의 수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석굴암 또한 일제의 의해 고통을 당했던 우리 문화유산이자 이제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이다. 신라인들은 화강암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슬이 맺히면 부패되고 변형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 일부러 배수시설을 자연스럽게 해 놓았었다. 바로 석굴암 바닥에 그 비밀이 있었던 것인데 문제는 일제가 여기에도 손을 뻗어 가져갈 물건을 다 가져가다 이 불상이 문제가 생겨 복원을 하는 도중에 그 배수시설에 시멘트로 쳐 발라버려 배수시설의 역할이었던 그 통로가 막혀버려 이슬이 석굴암에 맺히게 되었던 것이고 그래서 석굴암이 썩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릴 적 석굴암을 보았을 때 유리창으로 앞에는 막아져 있고 그 안에는 시끄럽게 공사중이었던 것이 바로 그 시멘트를 제거하고 새롭게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것이고 현재는 다행히 어느 정도까지 안심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느껴지는 경주의 천년 문화가 무색할 만큼 아름답지만 애절하기도 하다.
애절하다는 말은 어쩌면 좀 부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후손인 우리가 그 찬란한 천년의 문물들을 지키지 못했기에 애절하다는 말은 사리에 맞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는 그 표현밖에 쓸 수가 없다. 신라의 임금들의 묘들도 분간할 수 없고 겨우 분간할 수 있는 묘는 태종무열왕능과 흥덕대왕릉 단 둘뿐이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신라 쉰 여섯 명의 임금 중에서 단 두명의 묘만 분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덕여왕이 능도 낭산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그 거대한 산같은 고분이 선덕여왕능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남긴 말 때문에 그 말에 의해 추정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 가운데 장사하라....(중략) 도리천 가운데는 낭산 남쪽이니라."따라서 선덕여왕 15년에 비담과 염종등의 반란 때 그녀 옆에서 든든하게 지켰던 김유신이 '지혜로운 덕이 요망한 것을 이긴다고' 충고한 것처럼 선덕여왕은 어려운 일을 당해서는 옹골차게, 남자답게 해내고 백성들 앞에서는 어머니 같이 인자하게 마음을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임금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찬란했던 신랑의 유물들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책이면서도 동시에 그런 유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고 또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미흡하게 연구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들게 만들었다. 얼마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천년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경주에는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왜곡이 되었다고 하여도 사극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송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드라마를 계기로 나처럼 경주를 다시 살펴보는 이들이 한 명씩 늘어날테니 말이다. 그렇게 국민이 먼저 바뀌면 나라에서 일하는 이들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본다.
경주의 그 긴 호흡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주말 책으로 떠나는 경주를 추천한다. 바로 이 책, <역사의 땅 경주 아름다운 전설과 함께하다>을 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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