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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광주 인화학교 사건과 무진기행의 중간에 서서 by 간이역

도가니
공지영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느껴진 끈적거리는 불쾌감을 기억한다. 그 끈적거리는 불쾌감은 무진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안개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의 우유부단한 성격과 아내와 장인의 그 가진 자들의 태도들이 무진기행을 읽으며 불쾌감을 들게했다.

그런데 여기 공지영의 <도가니>는 그 무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내게 준 불쾌감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분노가 머리 끝까지 뻗쳐 올라갔다. 그리고 그 분노는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지영은 이 글을 쓰기 전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광주 인화학교에서 '조사를 했을 시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료를 정리하고 압축하여 쓸 때는 차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화가 가시지 않는 걸까.

<도가니>는 위드블로그에서 가제본으로 된 것을 받기 전에 인터넷에 연재가 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는 무심히 지나친 소설이었다. '공지영이라는 소설가는 소설은 잘 쓰지만 어떤 굵직한 걸 잘 쓰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날 이 가제본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강석과 이강복 그리고 박보현과 윤자애-이 기득권들이 청각장애자들에게 한 짓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게 실화라니.

사건은 무진에 있는 자애학원에서 시작된다. 강인호 선생은 아내의 권유로 자애학원이라는 장애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는데 그 무진에는 무진인권센터에서 간사로 일하는 서유진이라는 그의 선배가 살고 있었다. 강인호가 그 자애학원에 도착할 때쯤 민수의 동생은 죽게 된다. 그리고 학교는 쉬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민수는 강인호에게 수화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중학생인 연두가 민수의 동생이 죽어서 운다고 하였다. 강인호는 그 사실을 학교내 다른 선생님에게 알리려 하지만 박보현이 저지한다. 그것이 이 학교를 불의에 지게 만든,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빙산의 일부분이었음을 강인호는 그때는 몰랐다. 그 뒤 기간제 교사라는 약점으로 박보현과 윤자애는 강인호와 송하섭 교사를 괴롭혔다.
그래서 이 약점으로 인해 자애학원의 성폭력은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문제였던 것을 강인호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눈치를 채게 된다.

그 뒤 연두가 화장실에서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해 비명을 질렀던 사건으로 강인호는 이 학교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선배인 서윤주와 함께 자애학원의 비밀을 들춰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 그리고 기숙사 사감 역할을 한 박보현은 연두와 유리 그리고 민수와 그의 죽은 동생을 성폭행 했다는 사건으로 잡혀 들어 가면서 이 이야기는 행복한 동화로 끝나는 줄 알았다.

"민주화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일 안할 줄 알았어요. 화가 난다기 보다는 뭐랄까요? 견고한 저 성벽이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중략)"
<도가니 가제본 184~185 쪽 삽입>

서윤주가 이 자애학원 장애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최요한 목사에게 한 말이다. 실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 말기 때 터졌던 사건이었다. 그때는 형 5년을 선고 받았던 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MB 정권으로 바뀌면서 이들의 죄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공지영은 바로 이점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안개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싸우는 것이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다"

이 대목이 공지영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가해자들가 인터뷰를 했을 때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오히려 그 가해자들이 지능적인 악당들이었다면 더 낫을 거지만 그들은 노골적이었고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고 믿는 어떤 면에서는 순수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결국 언어를 같이 쓰는 자신들의 민족, 즉 농인들끼리 폐쇄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위계질서가 대단하지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몸만 성숙해버려서 서슴없이 육체적 관계를 가고 있습니다. 제가 기숙사에서 가장 심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그것인데 자기들끼리 하는 것도 모자라 때로 남자아이들은 여선생인 제게 노골적인 표현으로 요구를 하기도 하고 여자아이들은 남선생을 노골적으로 유혹합니다."

윤자애가 증인으로 나와 얘기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소설 역시 가해자들은 집행유에로 풀려나게 된다. 그리고 버젓이 교육자 자리에 다시 서게 된다. 반면 강인호를 포함한 기간제 교사들은 그들을 신고 하였다고 하여 내쫓아 버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가 이 무진의 민주화 운동 28주년 기념행사와 맞물려 들어가는 때였다.

<도가니 가제본 126~127 쪽 삽입> -"인호야, 우리 여기서 딸 키우고 살아야 하는 거지? 이 발정난 나라에서, 응?"하며 서윤주가 강인호에게 묻는 장면에서 먹먹해졌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도 가해자들은 모두 복직되었지만 이 사건을 알린 보육사와 이 고발에 참여한 교사들은 '법인에 반대하는 행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해임시켰다고 한다.

책에서는 강인호가 전교조가 합법화 되기 전에 들어간 것이 문제되는 것 처럼 나온다. 그리고 그 억양은 마치 감히 전교조에 들어간 교사 주제에 노블리스를 실천하는 이들을 신고할 수 있냐고 가해자들은 말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그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 민수와 유리의 집에 찾아가 합의 해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겠다고 유혹해 결국 이 사건은 합의로 결말을 지어 그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만 받고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만 끝났어도 이 이야기는 그 기득권들에게 실컷 욕하고 책을 덮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데 마지막 시위를 하던 그 새벽에 강인호는 서윤주 일행에 가지 않고 무진에 내려온 아내와 함께 그 다음날 서울로 떠났다. 마치 '무진기행'의 윤희중이 하인숙을 버리고 떠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도가니에서 강인호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강인호를 무진기행의 윤희중과 같은 선에다 놓고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그를 용서해야만 할까. 우유부단한 성격이 이런 사회적인 약속에서 변명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더욱이 강인호만 있었어도 서윤주 일행은 경찰에 잡혀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윤주 일행은 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나 같으면 강인호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변절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를 용서할 수는 없다. 아니, 용서라는 거창한 말을 안 쓴다고 해도 그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가 비록 '무진의 안개에 젖어 퇴락의 냄새가 배어버렸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내가 그 상황에 빠져 있지 않아 쉽게 나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상황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강인호가 끝까지 서윤주 일행들과 싸워주길 바랐던 어떤 배신감 때문에 그를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번 MB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들어있는 소설이다. 가진자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권은 이 도가니를 읽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요." 민수의 또렷한 울림을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한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Donghunkim님이 정리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일지 1광주 인화학교 사건일지 2를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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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그네 2009/06/30 20:57 # 삭제 답글

    바뀐 권력 때문에 누군가 죄인이 되고 누군가는 평범하거나 착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기분입니다. 참 더럽네요, 이런 세상... 저는 이럴 때마다 우리 나라는 민주주의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 간이역 2009/07/01 14:14 #

    정권이 바꼈다고 있던 죄가 갑자기 확 줄어든 이유가 저도 정말 궁금하고 더럽게 느껴지더라고요...그리고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게 또 그런 짓을 했으면서 반성을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고발한 선생님들을 잘랐고 자신들을 복직했다는 게 참 웃기더라고요.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초하 2009/07/02 03:39 # 삭제 답글

    간이역님의 글도 재미있게 읽었구요, 이제야 글 엮었습니다. ^&^

    아, 다른 주제 글 하나 더 엮습니다~~
  • 간이역 2009/07/02 16:02 #

    네, 감사합니다...다른 주제의 글은 어제부터 쭉 생각해 보고 있어여..^^;; 근데 역시 어렵긴 하더라고요...^^
  • 생각하는 손 2009/07/16 06:47 # 삭제 답글

    저도 오늘 다 읽고 짧은 말을 적었습니다.
    인호가 이해가 안됐다고, 서유진의 마음은 이해가 됐다고...
    이글을 읽으면서 무진기행이 주는 무기력과 더러움 대신, 진실은 아직 살아있어 우리를 살만하게 만든다는 것만 느끼고 싶어요.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 간이역 2009/07/19 19:34 #

    네.....서유진의 어른스러움..그걸 저도 이해하고 싶네요.
    강인호에게 화가 났던 건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열대야 2009/07/25 02:08 # 답글

    아 공지영작가님 강연회 다녀오신 글부터 시작해서 이 글 까지 다 읽어보았습니다. 간이역님 보면 뜻깊은 시간을 많이 보내시는듯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기쁜 감정을 느끼게 되네요. 도가니를 지금 당장 읽고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그건 그렇고.

    이 정권은 화를 넘어서서 매번 소름이 끼쳐요ㅠㅠ ㄷㄷㄷ가해자가 복직이라니.............휴.. 정말 말도안되는일이 뻔뻔하게 일어나네요.
  • 간이역 2009/07/25 02:49 #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

    이 정권은 철학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해요.
  • 나노아 2009/08/23 10:58 # 삭제 답글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광주 인화학교 사태가 도가니를 통해 널리 알러져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억하고 농교육의 실태를 알았으면 하네요. 덧붙여 에바다 농아원의 비리 또한 알려졌으면..
    광주 인화학교 사태 일지를 정리한 것을 보니, 제가 아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이네요.
  • 간이역 2009/08/23 14:33 #

    그러게요...그래서 문학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를 알려주는 것이니까요.
  • 2009/09/05 20:13 # 삭제 답글

    오늘 도가니를 통해 인화 학교를 처음 알게되었어요. 내가 든 촛불하나로 어둠을 물리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지만..지치지않고 촛불을 켤거예요.
  • 간이역 2009/09/05 22:18 #

    도가니...참 읽기가 힘들었던 소설이었죠. 근데 그게 실화니 더더욱
  • 세상을알아가는30대 2009/09/12 12:06 # 삭제 답글

    도가니를 통해 광주인화학교 문제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린 공지영 작가에게 감사드리게 되네요

    광주인화학교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와 고통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내내 울화가 치밀었어요

    대한민국의 현실,, 아직까지 약자에겐 너무 어이없네요 근데 책을 보면 항소심으로 교장, 행정실장등이 풀려났다고

    하는데 2008년 기사에는 5년형 구속이 됐다고 나오네요. 어떤게 맞는건가요? 그런 나쁜놈들이 꼭 죄값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야 합니다. 21세기 한국의 현실이 아직도 이렇게 힘과 권력에 무너진다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 간이역 2009/09/12 17:22 #

    근데 그러한 일이 없었다고 발뺌했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들이 하는 말을 그것도 어린 아이들이 하는 말은 증거에 해당되지 않는 걸 교묘히 이용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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